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노인경 글 그림 / 문학동네
신라 48대 경문왕의 귀에 얽힌 설화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를 새롭게 해석해 선보인 그림책이다. 내용에서 느껴지는 언어와 유희의 감각이 돋보인다. 그림 역시 반복적인 패턴을 주제로 구성해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옛이야기의 특성을 시각적인 방식으로 보여주고 있다.
배경이나 캐릭터에서 큰 변화는 없지만, 주인공 444대 왕을 통해 작가는 명확한 메시지를 제시한다.
어느 날 귀가 당나귀처럼 커진 444대 임금은 깜짝 놀라 귀를 감출 커다란 왕관을 주문한다. 그러나 무거운 왕관으로 인해 몸이 아프고 만다. 문득 이전 왕들의 일기장을 떠올린 444대 왕은 남겨진 일기장에서 지난 왕들이 겪는 모두 다른 고뇌와
사건들에 대해 읽어내려간다. 그러다 마침내 커다란 왕관을 벗기로 결심한다. 일기장엔 같은 원인, 다른 죽음이 적혀 있었고 수 많은 왕들의 죽음이 삶에 대한 질문을 던져줬기 때문이다.
작가는 444대 왕의 결심을 통해 ‘허물은 아무리 감추려 해도 결국 세상에 드러날 수밖에 없다’는 주제를 드러낸다. 기존의 왕들이 가졌던 통념을 깨고 444대 왕은 당당히 새로운 선택을 하며 독자에게 통쾌한 쾌감을 안겨준다. 누구나 남에게 드러내고 싶지 않은 약점이 있다. 그러나 감추고만 싶은 그 모습을 긍정하고, 마침내 그것을 드러낼 수 있는 용기 또한 모두가 가지고 있다는 것을 444대 왕을 통해 넌지시 전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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