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눈 속에 / 필립 잘베르 글 그림 / 웅진주니어
‘너의 눈 속에’는 샤를 페로의 빨간모자를 연상케 한다. 빨간모자가 할머니 집으로 가는 도중 늑대를 만나고 할머니 집에 이르러서 결국 늑대에게 잡아먹히고 마는 내용이다.
원작의 배경에서 크게 벗어나진 않지만 빨간 모자를 향한 늑대의 욕망과 늑대를 향한 빨간 모자의 두려움을 작가의 새롭고 독특한 시각으로 펼쳐낸 그림책이다.
특이한 것은 이 책의 주제인 두려움을 작가가 그림을 통해 한층 더 가중시키며 극대화했다는 점이다. 우선 빨간모자와 늑대 캐릭터의 시선이 좌우 그림으로 각각 펼쳐진다. 읽다 보면 마치 두 등장인물과 함께 걸으며 그와 같은 행동을 하는 느낌이 들도록 구성되었다. 빨간 모자의 옷과 늑대의 눈동자에만 선택적으로 쓰인 빨강도 인상적이다. 흑백의 화면에 힘 있는 터치로 치밀하게 그린 그림과 왼쪽, 오른쪽의 글씨체, 색깔, 말투까지 인물에 집중하게 만든다.
이러한 시각의 변주는 이야기에 빠져들게 하는 마력이 있다. 그림만으로도 묘한 긴장감이 형성되며 독자로하여금 최대치의 상상력을 끌어내게 한다. 캐릭터와 배경, 그림에서 보여지는 시각적 효과가 두려움이라는 하나의 주제로 향한다는 점이 매력적인 요소다.
작가는 누구나 느끼는 특정 대상에 대한 두려움을 가장 익숙한 이야기를 통해 재현해 낸 듯하다. 분명 결말까지 알고 있고, 충분히 듣고 읽은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독자로 하여금 신선하다 못해 당혹스러운 두려움에 직면하게 한다. 그것 자체만으로도 의미 있으며 새로운 힘을 가진 그림책이라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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